HOME < 글과 책 < 저서소개 < 굿바이 게으름
당신도 이른바 ‘맨날 바쁜 게으름뱅이’인가?
게을러서 바쁘고, 바빠서 더 게을러지는 악순환의 쳇바퀴를 돌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임자를 제대로 만난 셈이다.
《굿바이, 게으름》은 기존의 시간관리서나 자기계발서들과는 조금 다르다.
일단 이 책의 저자는 시간관리 전문강사나 자기계발 컨설턴트가 아니라 현직 정신과 전문의이다. 그것도 스스로 ‘게으름병 환자’였노라 고백하는 젊은 의사다.
저자는 중독에 빠진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게으름도 일종의 중독임을 깨닫고, 의사 입장에서 카운슬링하듯 풀어쓴 게으름 관련서를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심의 직접적인 계기는 저자의 두 아이들이었다.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가 된 바로 그 순간, 저자는 “계속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라는 내면의 물음과 마주하고 “이제 게으름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노라고 고백한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끊임없이 더 나은 존재가 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즉 ‘포기’ ‘게으름’ ‘좌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자라면서 배운 것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21세기의 심리학과 정신의학은 자기계발의 영역을 포괄해야 하며, 실천적 답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수세기 전의 품성론이나 산업사회 시대의 획일적인 성공학, 처세술, 공허한 미사여구 등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기계발과 심리학 그리고 정신의학의 적극적인 만남을 시도한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새로 쓰는 게으름> 에서 저자는 게으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게으름의 역사, 정의, 양상, 원인들을 분석하여 게으름의 숨겨진 본색을 조목조목 드러낸다.
2부 <게으름과의 결별> 은 실천편으로, 어떻게 하면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그 구체적 방안들을 열 가지 실천 열쇠를 매개로 소개한다.
저자는 1장 ‘천의 얼굴을 한 게으름’에서 분초를 아껴가며 끊임없이 공부하는 공무원 K씨와, 사행성 게임에 빠져든 대학생 L군의 사례를 들면서, 과연 무엇이 게으름인지 새삼스레 정색하며 묻는다.
(본문 23쪽 참조)

겉으로만 보면 늘 바쁘고 부지런해 보이는 K씨지만, 그녀에겐 삶의 초점,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없기 때문에 결국 게으른 사람이라는 저자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게으름을 판단할 때는 ‘삶에 방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목표 없이 남의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 휩쓸리듯 살아서 바쁜 거라면, 차라리 몸이라도 편한 나태가 더 낫다. 저자에 의하면, 게으름은 천의 얼굴을 갖고 있다. 꼭 빈둥거리는 것만이 게으름은 아니다.
방향성 없이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중요한 일을 뒤로한 채 사소한 일에 매달리고, 완벽주의라는 덫에 빠져 결정을 끊임없이 미루고, 늘 바빠 보이지만 실속은 없고, 똥줄이 타야만 일이 되고, 능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게으르다.

게으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인 “다음에”의 다음은 달력에도 없는 날임을 아는가? ‘다음부터’ ‘내일부터’는 삶을 파괴하는 대표적 단어들이다. 저자는 게으름이 일종의 ‘선택장애’ 혹은 ‘선택 회피 증후군’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가 게으름을 능동적으로 선택했다면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여유일 것이다. 결국 게으름은 마지못해 선택했거나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선택의 회피, 시작의 지연, 약속 어기기, 딴짓 하기, 꾸물거리기, 폐인처럼 은둔하기, 눈치 보기, 막판에 서두르기, 즉각적이고 순간적인 만족에 매달리기 등, 게으름의 양상은 다양해도 진행과정은 동일하다.
모든 게으름이 “1단계: 상황을 부정적으로 지각하기 → 2단계: 선택을 미루거나 회피하기 → 3단계: 딴짓을 하거나 늑장부리기 → 4단계: 자신의 행위에 대해 합리화하거나 비난하기”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병적 게으름’이라는 용어를 통해 일반적인 게으름과 치료가 필요한 중증 게으름을 구분한다. 병적 게으름은 게으름의 피해가 삶의 특정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로 확장된다는 점, 그리고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반 게으름과 다르다. (본문 47쪽 ‘병적 게으름’ 진단표 참조)
2장 ‘게으름을 꾸짖을까, 찬양할까’에서는 게으름에 대한 맹목적 비난과 옹호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게으름에 대한 경고와 고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되어왔다.
인간의 7가지 대죄에 ‘나태(게으름)’를 포함시키는 기독교적 세계관, 그리고 근면과 노동을 중시하는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게으름은 ‘악’으로 비난받아왔다.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이런 추세에 반기를 들며 ‘게으를 권리’와 ‘게으름의 미학’을 설파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등장했다.

저자는 이 같은 게으름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게으름 예찬자들이 애초부터 게으름이란 말을 쓰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게으름을 예찬한다고 했지만, 그들이 말하는 게으름이란 사실상 ‘느림’과 ‘여유’이지 일반적 의미의 게으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게으름을 찬양한 버트런드 러셀이나 피에르 쌍소 같은 이들이 놀랄 만큼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러셀은 98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3천 단어 이상의 글을 써낸 정력적인 사람이었으며, 쌍소 역시 인생을 방치하는 게으른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경멸한 바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게으름 예찬자들을 무조건 폄하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느림과 여유가 갖는 가치를 분명히 인정한다. 다만 게으른 사람들에 의해 그 가치가 세련된 핑계거리로 전락하는 현실을 경고할 뿐이다. 결국 게으름 예찬자들은 원래 부지런 가문 출신이나, 지나치게 ‘스피드’를 강조하는 쪽에 반대하기 위해 ‘느림’을 강조하는 부류로 가지치기를 한 것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3장 ‘게으른 사람들의 변명’에서는 자기합리화를 위해 입과 잔머리만 부지런해지는 게으름뱅이들의 단골 변명 레퍼토리를 소개한다. 그들은 게으름을 신중함이나 효율성의 철학으로 미화하고, 기약 없는 후일을 약속하고, 집안 내력이나 천성이라며 얼버무리고, 결국엔 혹독한 자기비난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저자는 자기비난도 큰 범주에서 보면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욕하며 자기비난에 빠져 있는 사람은 사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방어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4장 ‘모든 게으름엔 이유가 있다’에서는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게으름이 늘어나는 원인을 다양한 차원에서 분석한다.

과도한 낙관주의자나 완벽주의자들이 게으름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 과거의 부정적 경험이 ‘학습된 무력감’으로 자리잡아 게으름을 유발하는 과정, 지나치게 폐쇄적이거나 방임적인 가정, 학교, 직장, 국가가 게으름의 좋은 서식처가 되는 이유 등이 설명된다. 특히 강압적이고 통제가 심한 부모에게 반항하기 위해 “내가 누구 좋으라고 해!”라는 ‘수동공격’의 의미로 게으름을 피우는 어느 대학생의 사례(본문 72쪽 참조)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이 경우, 게으름은 분노의 또다 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저자는 게으름을 뇌, 호르몬, 정신에너지 등과 연결시켜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또한 선택의 기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는 현실, 즉 누군가에게는 아이스크림을 ‘ 골라 먹는 재미 ’ 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 골라서 먹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되는 현실이 더 많은 후회를 낳고, 그 후회가 실행을 가로막아 결국 게으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도 보여준다.
5장 ‘게으름 탈출을 위한 마음가짐’에서는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사람과 못 벗어나는 사람의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고 게으름으로 뒷걸음질치지 않는 방법을 소개한다.
특히 게을러지고 싶은 충동이 일 때 자기만의 멈춤 신호를 만들어 초기에 제어하라는 충고, 오프라 윈프리가 그랬듯 부정적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와 같은 반전의 독백을 떠올리라는 조언, 지갑 안에 직접 쓴 반전 카드를 넣고 다니라는 제안, 간단한 제스처로 몸을 조건화시켜 필요할 때마다 상황을 역전시키는 ‘멘탈 스위치’를 만들어두라는 충고 등은 실제적이면서도 유용하다. (본문 131쪽 참조)

6장 ‘나로서 살아가라’는 흉내내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가질 때 비로소 게으름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서로가 서로를 흉내내며 껍데기뿐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게으름은 흉내내는 삶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부산물일 뿐이다.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허상을 ?았으나 결국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영화배우 할리 베리와 알제리의 혁명가 프란츠 파농의 사례는 ‘자기로서 살지 못하는 삶’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임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7장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10가지 열쇠’에서는 구체적인 실천지침들이 소개된다. 저자는 문제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기본 조건은 ‘내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전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게으름에 대해 자각하라’를 첫 번째 열쇠로 제시한다.
그리고 내 안에 더 큰 내가 있음을 믿고, ‘나’라는 말에서 결코 가능성을 빼지 말라고 격려한다.
또한 꿈과 현실에 징검다리를 놓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종이 위에 이미지를 그려가며 마인드 컨트롤하는 요령을 소개한다.(본문 176쪽 참조)
아울러 고통스러운 과거와 이별하는 방법, 작고 사소한 실천을 통해 좋은 습관을 일상화하는 방법,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로부터 좋은 기운을 얻는 방법, 능동적으로 휴식하고 운동하는 방법, 자기 자신을 위한 이벤트를 열어 스스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방법, 일의 경중과 완급을 구분해 ‘몰입’을 경험하는 방법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실천하기 버거운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저자가 추천하는 마지막 방법은 ‘오문五問, 오감五感 변화일기 쓰기’이다.
이는 오감을 동원해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해 짧은 문답식 일기를 쓰는 것이다.(본문 242쪽 참조)
무엇보다 부담스럽지 않고, 쉽고 재미있는 이 오문, 오감 변화일기는 감사, 낙관성, 유연성, 도전의식, 창의성, 희망, 자기성찰이라는 정신근육을 강화하고 심상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스스로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하루 10분 정도만 투자해 꾸준히 2개월 정도만 일기 쓰기를 실천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결국 저자가 《굿바이, 게으름》전체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은,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것도, 진정한 행복을 만나는 것도, 그리고 삶에서의 성공도 결국 하나라는 것이다.
즉, 자기로서 살아가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화, 소설, 편지 등 그때그때의 유행을 좇아 다양한 모습으로 출간되는 그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도 결국 ‘참된 자기변화’가 아니던가. 지난 설날 아침, 마음에 품었던 나만의 다짐과 결심들이 지금 이 시간 실행되지 않고 있다면, 그건 게으름의 늪에 빠져 실천에너지가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음력 설이 코앞에 다가왔다. 다시 한번 새해 결심을 체크하고 힘을 낼 때이다.
우리 인생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게으름의 늪을 건너 자신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으로 나아가라.
그 자리에 서 있을 때우리의 삶은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Life is blooming! 너로서 살아가라!
서울 경제신문(2007. 3. 15) 베스틀셀러 들여다보기
한겨레신문(2007. 3. 23)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
중앙일보 중앙선데이(2007. 9. 23) 직장인을 위한 베스트 셀러
신동아 10월호(2007. 10. 25) 내 안에 게으름 있다.